문국현 “한국을 총체적 학습국가로 만들어야”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지식노동자 양성으로 일자리만들기’ 제안

연맹이 주관하는 ‘야4당 대표 초청간담회’가 22일(화)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를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18일 대법원이 문국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 사건을 대법관 전원이 참여해 논의하는 전원합의체에 정식 회부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문 대표는 정치적 외압에 아랑곳하지 않고 ‘21세기 한국경제가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시작했다. 문 대표는 일자리 나누기, 중소기업 육성, 지식기업 육성 등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을 해결하고, 유한킴벌리의 뉴패러다임 경영 사례를 들어 한국 사회와 경제가 나아갈 상생의 모델을 제시했다.

“향우회 회장 뽑냐?”

“남의 행복을 위해 애쓰는 분들을 만나고 싶었다” 문국현 대표는 노조 대표자 및 간부들과의 만남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문 대표는 “보통 사람들이 자신의 꿈과 행복만 생각하는데 남의 꿈과 행복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분들이 위대하다. 여러분도 고난과 불편함을 무릅쓰고 1,600만 노동자를 위해 살고 있는 것”이라며 노조 지도자들을 격려했다.

33년 넘게 경제인으로 살아온 문 대표는 “현실 정치가 일개 기업보다 못하다”고 일갈했다. 10조원 운용하는 기업들도 경영자를 뽑을 때 10년, 20년을 보내고 다시 엄선하는데, 예산이 300조원이나 되고 GDP가 1,000조원이 넘는 국가에서 ‘향우회 회장 뽑듯이’ 정치인을 뽑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 대표의 정치 비판은 곧바로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삽질 경제’로 이어졌다. “대선 끝나고 창조한국당에 모였던 사람들 99%가 직장으로 돌아가고 있었는데 ‘이재오를 막아서 대운하 저지 선봉대 역할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아는 사람이 3명밖에 없는 은평에 가게 됐다”고 말하고는 “대운하를 막았더니 ‘4대강 사업’으로 이름만 바뀌어 22조원이 허투루 쓰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22조원을 사람한테 쓰자고 제안했다. 사람이, 교육이, 지식근로자가, 해법이라는 게 문 대표 강연의 일관된 기조였다.

soul economy ... 한국을 ‘총체적 학습국가’로

1976년 유한킴벌리 전산실장 시절, 본인의 책상앞에 ‘혁명은 지속되어야 한다’라는 문구를 붙여놓고 업무를 봤던 문 대표는 요즘 ‘중국’에서 배우고 있다. 중국은 비정규직이 하염없이 늘어가고 있는 한국과 일본을 보고 더이상 배우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문 대표가 만난 중국 경제 지도자들은 ‘body economy가 아닌 soul economy'를 강조하고 있었다. ‘혼이 있는 경제, 사람이 있는 경제’ 이것이 문 대표가 ‘중국의 창’을 통해 본 한국 경제의 미래다.

문 대표의 키워드는 지식노동자, 고부가가치 지식산업 등이다. 교육받은 중간계층들이 늘어나 ‘유목민’처럼 다른 산업, 다른 서비스, 다른 나라로의 이동성이 높아지고 자기의 미래를 개척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전문직 일자리를 창출해서 아시아의 지식서비스센터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방법은 교육인데, “진보세력과 가장 많이 싸우는 부분이 바로 산업교육”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유한킴벌리 사장 됐을 때 1800시간만 일하고 200~300시간은 공부하자고 하니까 노조에서 나를 몰아내려고 했었는데 노사대타협을 통해 노동시간 줄이고 구조조정 안하는 기업으로 거듭났다”고 회고했다. 문 대표는 “있는 것 지키려고만 하면 안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진보”라며 한국을 ‘총체적 학습국가’로 만들자고 주장했다.

“노동시간 단축해서 일자리를 만들자”

다음은 일자리. “한국의 고용율은 정부 방식대로 하면 57%인데 유럽에 비해 9%p에서 19%p 떨어진다. 행정인턴 같은 특수비정규직노동자, 무급가족종사자 등을 빼고나면 허구적인 고용율 수치는 더 떨어진다. 일자리가 없으면 미래가 없어 출산율이 낮아지고 결국근 지속가능하지 않은 사회로 간다.” 문 대표는 거짓말이나 다름없는 실업률에 매달리지 말고 고용을 높이는데 주력하자고 했다. 해법 중 하나는 노동시간이다. “세계 평균노동시간은 연간 1,800시간인데 한국은 2,400시간이다. 2,000시간으로 줄이면 400만명의 일자리가 나온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자영업자들을 기업으로 모셔올 수 있다”

문 대표는 다른 한편으로는 일자리 확충을 정부에만 의존하지 말자고 했다.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3천명의 일자리를 만든 사례, 유한킴벌리에서 고지(사용하고 난 뒤 버려지는 종이)를 수집해 화장지를 만드는 사업으로 3천명의 일자리를 만든 사례를 들며 사회적 일자리, 제3섹터를 통한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비정규직법으로 싸울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와 대다수 기업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가운데 제3섹터를 통해 비정규 비율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진보인가? 보수인가?”

기조연설에 이어 간담회가 이어졌다. 이두헌 연맹 부위원장은 “신자유주의자는 아닌 것 같은데, 진보인지 보수인지, 자유주의자인지, 본인의 실체를 알려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표는 “보수라고 일컬어지는 자유선진당과 정책연합을 하면서 대운하사업을 저지했고 중소기업일자리특위를 만들었다. 4대강 예산 22조를, 자유선진당은 세종시에 투자하자고 하지만 우리는 출산 지원, 유치원 무상교육, 대학등록금 이자율 면제, 75세까지 산업교육 등 사람한테 쓰자고 주장하고 있다. 누구와 손잡는가에 집중하지 말고 무슨 일을 하는지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장화식 연맹 통일위원장은 북한과 통일에 대한 입장과 야4당 연합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문 대표는 “안산상록을은 민주당 김근태 상임고문이 출마를 안하고 임종인 의원이 되기를 바라고, 나머지 3개 지역도 협조하자고 정세균 대표에게 제안했는데, 정 대표가 당내 여건상 결정을 못내리는 것 같다”고 답했다. 또 “가능한 단일후보를 내도록 노력할텐데 4당 뿐만 아니라 자유선진당도 포괄해서 중연대가 아닌 대연대가 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북한에 나무를 심어온지 10년이 넘는다”며 “클린턴 시절 합의했던 북미간 대표부 교환이 오바마 정권때 실현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성은 연맹 부위원장과 김우진 금융감독원노조 위원장 당선자는 전임자임금과 복수노조 문제를 거론했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한국의 노조 조직율은 10% 내외로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데도 한국 기업들이 복수노조 두려워하고 있는 상황은 비정상적인 것”이라며 “기업의 비리를 없애고 사업장을 혁신하면 노동자의 주인의식이 높아지고 복수노조와 전임자임금도 해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영미식 금융기법 안 배우는 게 좋아”

HSBC노조의 우택균 위원장은 “외국계 은행들이 ‘선진기법’ 운운하며 국내에 들어와서는 엄청난 수익을 내고도 노동자들을 내쫓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며 은행 공공성은 외면한 채 돈 되는 사업과 주주이익에만 혈안이 돼 있는 외국계금융회사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문 대표는 “아마 HSBC도 ‘UN Global Compact’에 가입돼 있을 테니까 책임자인 반기문 총장을 통해 글로벌컴팩트 정신을 구현하고 있는지 따져보면 될 것”이라고 답하는 한편 “보통 ‘선진기법’은 신자유주의자들 논리중에 하나인데, 투기만 조장하고 위험만 강조하는 그런 노하우는 안 배웠으면 좋겠다. 맨하탄식, 영국식이 아닌 사회적 금융기법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하면서 2시간여 동안 진행된 간담회를 마쳤다.

정용건 연맹 위원장은 “이로써 야4당 대표 초청 간담회를 모두 마쳤는데, 야당 대표들의 정치 견해도 듣고 우리 노조 대표자들의 현안과 해법을 전달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시정하고 새로운 민주주의 진전을 위해 다같이 노력하자”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