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당대당통합 보다는 진보진영 대통합”

민주노동당이든 진보신당이든 당원 확대 노력해야

눈처럼 새하얀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강달프’가 나타났다. 염색하지 않은 흰머리와 긴수염에 쇠고기 촛불정국 때 강인한 모습을 보여준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에게 영화 ‘반지의 제왕’의 마법사인 ‘간달프’에 빗대어 네티즌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4대강 사업 예산은 진공예산”

‘야4당 대표 초청 간담회’ 두 번째 주자로 나선 강기갑 대표는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날선 비판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4대강 예산이 22조원에 달하는데 다른 예산을 다 빨아들이고 있어 ‘진공예산’이라 부를만 하다. 농업 예산도 5,110억원이나 4대강 사업 예산으로 흡수됐다. 노동자 농민의 시름은 깊어가는데 재벌들에게 은행도 넘겨주고 방송도 넘겨줘 특권층과 재벌을 위한 정권이나 다름 없다.” 강 대표는 “국채규모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성장률은 떨어지고 세수감소에 4대강 사업까지 얹혀져 내년에는 엄청난 고통일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표 떨어지는 소리 들려도 할 건 해야“

강 대표는 민주노동당이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이라는 슬로건에 맞게 희망을 널리 전파했는지 많이 반성한다고도 했다. 작년 7월 당 대표가 되고 나서 코스콤, 기륭전자 등 비정규직과 투쟁의 현장에 최우선으로 달려갔지만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고 회고했다. 강 대표는 억울한 측면도 호소했다. “어려운데 가서 머리띠 묶고 있으면 ‘데모당이다’ ‘반대만하는 반대당이다’ 이런 소리 많이 듣는다. 표 떨어지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리지만 할 일은 해야 한다고 본다”

“당대당 통합보다는 진보진영 대통합단결, 당내 반대의견 있어...”

기조연설 막바지에는 분당과 탈당 문제를 거론했다. “당원과 국민들께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반성을 많이 한다.”며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민주노총 조합원 70만명 중에 민주노동당원이 4%도 안되고 진보신당까지 합쳐도 5% 안팎인데 이렇게 해서 어떻게 정치세력화를 하고 정치의 주체가 되겠는가?”라며 간담회에 참석한 가맹조직 간부들에게 올 하반기에는 ‘노동자 농민 정치세력화’를 확실히 하자고 주문했다.

마화용 연맹 정치위원장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 나아가 진보정치세력의 대통합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강 대표는 작년 초에 있었던 대규모 탈당(분당)과 관련해 “어떻게 의원들과 토론도 없이 일방통보로 당을 나갈 수 있나?”라며 서운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또 “저수지 둑이 터지는 데 내 논에만 물길내면 뭔 소용”이라며 ‘진보진영의 대통합단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통합은 진보신당과의 당대당 통합을 넘어선 ‘큰그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통합문제를 풀어가는게 무척 어렵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명박 정부가 사고치면 쫓아가서 해결하다보니 통합문제가 계속 밀리고 있다. 국정감사, 재보선 등 산적한 일들이 있어 통합추진이 잘 안되고 있는데, 주문에 대해 잘 알겠고 노력하겠다. 다만 당 내에 통합을 반대하는 강력한 의견도 존재한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장화식 연맹 부위원장은 ‘야권대연합, 진보대연합’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강 대표는 “민주노동당의 10년의 역사 속에 정체성이 녹아 있는 만큼 연합에 반대하는 당내의견 많고, 중앙위원회에서도 민주연합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바 있다. 하지만 민주연대를 하지 못하면 반MB연대 사업도 하지 못하게 된다. 대표 개인의 입장은 반MB연대, 민주연대, 진보연대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또 안산상록을 재보궐선거가 향후 야권진영의 통합의 모범적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경분리는 필요, 연합회 방식으로 가야”

이틀전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제기됐던 질문 몇 가지가 강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다시 던져졌다. NH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에 대한 질문(NH농협중앙회노조 이영초 위원장)에 대해, 강 대표는 “신경분리는 20년 넘게 농민단체에서 주장했던 사안이며 이는 농협이 원래 자기 목적과 취지에 맞게 돈놀이 보다는 경제사업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라고 답했다. 또 “지주회사 전환을 제기한 농협개혁위원회 관계자가 와서 ‘표현만 지주회사로 한 거지 내용은 연합회 방식’이라는 설명을 해 안심했다”고 밝혔다. 농협개혁위원회의 명확한 입장이 확인돼야 하는 대목이다. 의견 차이가 나는 부분은 의원실이 나서 협동조합 관련 노조, 전농과 함께 더 논의하기로 했다.

“민주노동당이든 진보신당이든 당원확대 노력 필요”

전임자임금과 복수노조에 대한 질문(이성은 연맹 부위원장)에 대해서는 당 워크숍에서 충분히 듣고 인지하고 있다며 같이 힘을 모아 해결하자고 독려했다. 박조수 연맹 수석부위원장은 분당 이후 당원 가입 운동이 정체되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당원 확대를 많이 하는 조직에 대해서 직능대표를 추천하는 등 인센티브를 도입하면 당원도 많이 늘고 민주노총에서 활동하던 선배들이 활동공간을 찾아가는데도 도움이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방법에는 문제있지만 취지는 좋다”면서 통합문제가 걸려있어 당원 가입운동이 주춤할 필요는 없다. 민주노동당이든 진보신당이든 많이 가입해서 안에서 통합운동을 벌여가면 된다“고 답했다. 생보노조 미래에셋생명지부 손준달 지부장은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에게 점수를 주는 등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사업을 펼치는 것은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강 대표는 ”좋은 제안이며 노동 최고위원과 함께 논의를 더 진행하자“고 답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권력을 바꿔야 하니 다함께 정권퇴진운동에 주력하자고 강조했다.

16일(수) 오전 10시에 개최된 간담회는 강기갑 대표가 경남 양산에서 개최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야 하는 관계로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후 마쳤다. 민주노동당은 양산 보궐선거에 박승흡 전 대변인을 출마시키기로 결정하고 이날 오후 양산시청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박 전 대변인은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고 한나라당 박희태 후보를 정계은퇴시키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18일(금)에는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22일(화)에는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와의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